3월 25일 아덴성 공성 날
와아아아아!!
아덴성 외곽 절벽 위에 한 여인이 서 있다. 검은색 다크크리스탈 빛깔의 재킷과 같은 재질의 활동이 편한 미니스커트를 입고 허리에는 붉은색 단검 매달려 있으며 옅은 회색의 매끄러운 피부가 찬란한 태양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두운색의 옷에 포인트를 준 듯 그녀의 목에는 붉은색 스카프가 바람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땅에 닿을 듯 말듯 유려하게 나풀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나 말고 또 공성을 신청한 혈맹이 있었나?”
아덴성과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전투의 함성과 병장기소리, 간간히 번쩍거리는 마법까지, 분명 어떤 또 다른 혈맹이 자신도 모르게 공성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었다. 성자체가 아티펙트인 아덴성은 일정한 주기로 자신의 주인을 택하는 공성주기를 가지는데 현재 절대무력 혈맹 르네상스가 독점하고 있는 상태이고 감히 그들에게 공성 신청을 할만한 혈맹은 없었다. 물론 그녀 자신만 빼고 말이다. 문득 그녀는 뒤에서 나는 인기척에 뒤를 돌아 보았다.
“이제 왔는가. 아리아? 자네가 오기전에 우리가 먼저 시작하게 되었네.”
“젠 군주님이시군요.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현 오크족 족장이며 디스트로이어인 젠을 향에 아리아가 고개를 숙였다.
“아아. 인사는 됐네. 자네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지.”
“어떻게 된 겁니까? 지금 상황은.”
“허허.. 자네 정말 단신으로 르네상스 군주를 암살하려고 정면으로 쳐 들어가려는 건가? 그건 암살이 아니고 자살이야.”
확실히 아무리 다크엘프족 어비스워커 아니 전설의 계승자 고스트헌터라 해도 단신으로 아덴성 외성과 내성의 뚫고 그 안에 르네상스 군주를 암살한다는 건 설령 지룡 안타라스를 타고 쳐 들어간다고 해도 힘든 일이다.
드카카카카칵!!
지축을 흔드는 소리에 아리아와 젠이 아덴성쪽을 바라보니 멀리 아덴성 외성벽에서 공격계 마법이 폭발하고 있었다.
“엄청 휘저어 놓는가 보구만. 아리아 가도록 하게. 지금 자네를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각기 자신들의 혈맹과 링크를 끊고 내 혈맹에 링크되어있지. 현재 파아그리오의 가호를 받고 각 요소에 침투해서 자네에게 길을 열어 줄거야.”
“......”
그간 르네상스 혈맹과의 1인 전쟁으로 그녀의 뜻을 숭고하게 여겨 그녀를 돕고자 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각자 소속 된 혈맹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그녀를 나서서 도와주진 못하였다. 만약 알려지게 된다면 그들의 혈맹도 르네상스 혈맹에게 자신의 혈맹과 같이 몰살 당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분명 현재의 공성에서 실패한다면 젠 군주의 혈맹도 타겟이 되어 르네상스 혈맹에게 와해 될 것은 분명한 것. 막으려면 르네상스 절대무력의 군주를 암살하고 르네상스를 와해시키는 것 뿐...차마 희박한 가능성에 무모한 도전을 한 그녀이지만 그녀를 돕고자 자신들의 혈맹을 버리고 나와 준 지인들에게 차마 미안함으로 입을 열지 못했다.
아리아와 젠의 대화중이라 몰랐지만 아리아의 허리에 매달린 붉은단검의 가드부분이 갈라지더니 눈이 나타나며 젠을 쳐다보았다.
[야. 오크수컷!! 나만 있으면 저까짓 조무래기들 쯤 별거 아니라고!!]
“오. 미안하네 악마의 단검군. 그간 잘 있었는가?”
장인의 손을 거쳐 태어난 명검 중에는 자아를 지닌 아티펙트가 있었는데 이 악마의 단검도 그 중 하나이며 언뜻 보기에 등급이 떨어지는 칼로 볼 수 있으나 대륙에 숨겨진 몇 안되는 명검중 하나이다.
[흥! 수컷의 안부인사 따위 저 우주의 먼지만도 못...꾸에에에엑!!]
아리아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악마의 단검 눈깔을 지그시 손톱으로 누르면 말했다.
“너. 젠 군주님께 무슨 말버릇이야.”
[아악!! 주인님 젭할 살려줍메!! 꾸에에엑]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악마의 단검이 비명을 지르자 아리아는 그제서야 누르던 손톱을 떼고 젠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직 이 녀석이 버릇이 없어서요”
“아니네 검에게 예의를 바랄순 없는 일이지. 난 괜찮으니 개의치 말고, 악마의 단검군 부디 주인을 잘 보필하게나.”
눈물을 흘리던 악마의 단검은 언제 울었냐는 듯 능글 맞은 눈으로 대답했다.
[크하하하하!! 이 몸만 믿으라고. 자 봐! 이 길이! 이 때깔! 무엇보다 +16인첸트 된 이 굵기!! 오늘 간만에 똘똘이(?) 목욕 좀 하겠구나!! 주인님 되도록 숫처녀로 부탁....꾸에에에엑!! 악 내눈!! 마이 아이!!]
골치가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누르며 아리아가 바닥의 흙을 악마의 단검 눈에 뿌리자 비명소리와 함께 눈을 감으며 조용해 졌다.
“하하 여전히 재밌는 친구구만. 자 이제 어서 가보게 내가 파아그리오의 가호를 내려주고 싶지만 알다 싶이 자네나 나나 한 혈맹의 수장 아닌가? 내 가호는 우리 혈맹원들 에게만 내릴 수 있다네. 자네에겐 나보다 아인하사드의 가호가 필요하겠지. 절벽 밑으로 가보게 자네를 아인하사드의 가호를 내려줄 사람이 있으니.”
잠시 젠의 인자한 눈빛을 바라보던 아리아가 몸을 돌려 벼랑 끝으로 가서 서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감사하단 인사는 살아 돌아와서 할게요.”
희박하다. 저 많은 인원을 뚫고 르네상스 군주에게 도달 하는것도 불가능에 가까우며 설령 도착한다 하더라도 절대무력을 자랑하는 그 군주를 이긴다는 보장도 없었다. 허나 젠은 아리아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 참 바보 같지만 분명 그녀라면 무언가 이뤄 줄듯한 느낌이 아련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무운을 비네. 자네에게 위대하신 파아그리오의 축복이 함께하길...”
아리아는 젠을 말과 동시에 벼랑 아래로 몸을 던졌다. 보통 사람이라면 바닥에 떨어져 피떡이 되었겠지만 어릴 때부터 암살자 훈련을 받아온 그녀는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공중에서 몸을 틀고는 가뿐하게 바닥에 착지 했다.
“야. 아리아. 너무 늦었다고.”
젠 군주가 말했던 사람인듯 메이저 아르카나 로브를 걸친 한 남사제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훤칠한 키에 시원한 마스크를 지닌 남사제는 등 뒤에 큰 백팩을 짊어지고 있었고 마치 골치가 아프다는 듯 인상을 쓰고 있었다.
“끄응..지금 파티링크로 가호 효력이 다 되어간다고 얼마나 난린 줄 알아??”
“현자...”
하이로펀트 빛의현자. 아인하사드의 길을 따르는 사제이자 전투의 달인. 과거 아리아와 사교의 신전 공략을 함께했던 이며 그녀에게 아인하사드의 가호를 지원해주던 자이다. 혈맹을 끔찍이 사랑해서 표면적으로 아리아를 도와주진 못했지만 그는 그녀가 옳다고 생각하며 항상 그녀와 함께 싸워주지 못 하는걸 아쉬워 했었다. 그만큼 그의 혈맹도 소중했기에...
“쳇 그런 미안한 표정 짓지 말라고 어차피 르네상스와는 언젠가 부딪혀야 했어. 물론 너의 무모한 결정 때문에 앞당겨 지긴 했지만. 저 말썽쟁이들 한번쯤 혼내주려 했었으니까”
“현자. 미안해. 나 때문에 혈맹도 탈퇴하고 이제 르네상스의 타겟이 될 텐데..”
“아아.. 됐어. 지금 우리혈맹도 알게 모르게 위태위태한 상태야 르네상스 녀석들 갈구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 말이지. 그리고 벌써부터 그렇게 미안해하지 말라고 지금도 저 안에는 목숨 걸고 싸우는 녀석들도 있으니까. 차라리 너답게 웃으면서 지나가라고 그래야 그 녀석들도 힘을 낼 거 아냐?”
현자의 말에 미안함은 조금 떨쳐버린 듯 마치 보는 사람 마저 절로 웃음이 나오게끔 활짝 웃으며 그녀가 말했다.
“응. 현자. 고마워 나 반드시 해낼게!”
본디 웃음이 많았던 그녀가 미소를 짓자 이 대책 없는 싸움에 대한 현자의 마음도 한결 편해진듯 웃음을 띠고 곧 결심 한 듯 메이스를 위로 올리며 외쳤다.
“좋아!! 자 그럼 가보자. 빌어먹을 아인하사드여 오늘도 신명나게 놀아보자!!”
현자의 캐스팅이 시작되자 아리아의 몸에 가지각색의 이펙트가 발광하며 아인하사드의 가호가 내려졌다. 바람, 대지, 집중, 천둥, 산사태, 벼락 등의 축복이 그녀에게 내려졌으며 아리아는 가만히 눈을 지그시 감고 몸 상태를 체크하였다. 발끝과 손끝부터 시작하여 숨을 불어 넣으며 힘을 주자. 근세포 하나하나가 반응하여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비록 가녀린 여자의 몸이지만 타 종족과 다크엘프의 신체구조는 차이가 있어 근세포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압축률 또한 타종족보다 월등하여 체격은 작았으나 근력은 다크엘프를 따라올 수 없었다. 다만 부상을 입었을 경우 손상된 근세포의 회복이 타종족 보다 느려 힘(STR)에 비해 생명력(CON)은 가장 떨어지는 편이다.
“얼쑤~!! 역시 가호는 굿거리장단으로 내려야 제 맛이라니까. 이제 가봐. 너라면 분명 르네상스 군주에게 한방 먹여줄 수 있겠지.”
가호를 끝낸 현자가 아리아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걱정 말라고. 엉덩이를 걷어 차 주고 돌아 올테니. 그럼 간다.”
아리아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질풍처럼 적진을 향해 달려 나갔다. 마치 한 마리 오닉스 비스트 처럼 달려가는 그녀의 붉은 스카프가 대지를 가르듯 붉은 잔영이 흘러 넘쳤다.
“휘유~ 역시나 빠르구만. 그럼 앵앵거리는 녀석들을 위해서라도 나도 가볼까?”
홀로남아 아리아가 적진에 뛰어드는 모습을 바라 본 현자는 등 뒤에 맨 아공간 연결 백팩에서 중장비와 도검을 꺼내기 시작했다. 주섬주섬 중장비와 도검을 장착한 현자 역시 곧 버프가 해제 될 동료들을 위해 적진으로 뛰어들고는 사제 출신답지 않게 맹렬하게 도검을 휘둘렀다.
“이것들아!! 이몸이 아인하사드의 천재 박수무당. 전투 프로핏!! 빛의현자 님이시다. 똑똑히 기억해라. 하하하하!!”